이란 공격받은지 25일만에
3차례 걸쳐 군사시설 타격
민감한 핵·석유시설은 피해
이란 "공습차단…피해제한적"
'수위조절론'속 이란 대응 촉각
3차례 걸쳐 군사시설 타격
민감한 핵·석유시설은 피해
이란 "공습차단…피해제한적"
'수위조절론'속 이란 대응 촉각
이스라엘이 이란에 재보복을 감행하면서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은 핵·석유시설을 공격하지 않고 사전에 이란에 표적을 알리며 확전을 경계했다. 이란이 "피해는 제한적이었다"며 위기 관리에 나서면서 대응 수위가 주목받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IDF)이 휴전 협상을 하루 앞두고 이란을 세 차례 공습했다.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은 27일 카타르 도하에서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등을 만날 예정이었다. 하마스 강경파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가 사살되며 휴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재보복에 나선 것이다.
IDF는 '회개의 날(Days of Repentance)'로 명명한 공습 작전에 100대 이상의 무인 드론과 전투기를 동원했다. 공습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공습은 정확하고 강력했으며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며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이란으로부터 탄도미사일 약 200기 공격을 받은 지 25일 만에 이란에 대규모 재보복 공습을 감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IDF가 이란 군사시설 20여 곳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특히 탄도미사일 고체연료 혼합 시설 타격으로 이란군 미사일 역량이 약해졌다고 한다.
다만 이스라엘은 확전을 피하려는 듯 핵·석유시설을 공습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군사 목표물 외에는 타격이 없었다"며 "이것이 끝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란 핵시설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적의 어리석음에 지혜롭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군 총참모부도 "이란은 적절한 시기에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대응할 권리를 갖는다"는 성명을 냈다.
공습 표적을 미리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양측이 '수위 조절'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이스라엘이 제3자를 통해 이란에 표적을 알리며 대응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정부도 공습 계획을 사전에 파악했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는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이란은 피해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휴전'을 언급했다. 이란군은 "테헤란·일람·후제스탄 등지의 레이더에 제한적 피해만을 보았다"며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피의 대가'처럼 강경한 어조로 이스라엘을 비판했던 이란 지도부 발언 수위도 한층 낮아졌다는 평가다.
베니 사브티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연구원은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란이 추가적 긴장을 피할 기회를 주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확전을 경계하는 배경에는 다음달 5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꼽힌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하메네이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정권 안정성이라 성급하게 재보복할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다.
주변 국가들도 확전을 경계하고 있다. 이스라엘 전투기가 자국 영공을 지나지 않았다며 이란의 보복을 사전에 막으려는 모양새다.
[성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