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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지식포럼 ◆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2년여간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지형 변동 등으로 에너지 전환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표면적으로는 다소 힘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더 속을 들여다보면 산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논의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글로벌 제조 기업들은 에너지 부문을 분사해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가 하면 기업 회계에 지속 가능성 기준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적극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중 가장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지멘스에너지다. 지멘스는 엔지니어링 역량을 중심으로 에너지, 통신,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독일 '국민 기업'이다. 2020년 지멘스는 가스 서비스, 그리드 등 에너지 분야 사업부를 따로 분사해 증시에 상장했다. 사뮈엘 모리용 지멘스에너지 퍼시픽지역 부사장은 지난 16일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분사 이유에 대해 "양사가 각자 분야에서 사업 경쟁력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며 "분사를 통해 지멘스에너지는 석유 및 가스, 터빈, 송전 등 고유 핵심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모리용 부사장에 따르면 두 사업 부문의 실적 비중이 향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천연가스는 효율성이 높고 다른 화석 연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탄소 배출량 때문에 가스 터빈 시장이 크게 의존하고 있었지만, 2030년까지 비중이 70~75%, 2050년까지 40~50%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리드 기술 부문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강한 전력망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실적이 늘어날 전망이다. 모리용 부사장은 "최근 분기(4~6월) 실적에서 그리드 기술과 가스 서비스 사업 부문 실적 호조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서 지멘스에너지는 수소 지원 가스 터빈과 풍력 터빈을 비롯해 기업들의 전반적인 탈탄소 포트폴리오 구축을 지원하는 데 관심이 많다. 모리용 부사장은 "지속 가능한 생산과 재생 가능한 수소경제를 앞당기기 위한 지멘스에너지의 노력은 베를린 소재 수전해설비 공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이 공장은 대규모 수소 생산·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에너지 목표와 부합하는 수소 인프라 개발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모든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회계 기준 역시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업의 노력을 반영할 수 있도록 변모해가고 있다. 로버트 에클스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초대 이사회 의장이자 옥스퍼드대 경영학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더 많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 유지 노력이 경영 지표와 연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우리는 지속 가능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대개 이들이 공개하는 정보는 지속 가능성 관련 슬라이드 몇 장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계획들이 매출, 현금 흐름, 비용 절감, 고객 유치, 고객 충성도 향상 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에클스 교수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정책이 바뀔 수 있다면서도 실질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정부가 바뀌면 기후 정책이나 에너지 정책도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ESG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예를 들어 민주당 행정부는 기후 변화와 같은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있지만, 공화당 행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의 변화가 실질적으로 미국의 에너지 사용이나 탄소 배출에 미치는 영향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는 파리협정을 탈퇴했지만 미국의 탄소 배출 감소 추세는 계속됐고, 이는 시장의 힘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모리용 부사장과 에클스 교수는 오는 9월 인천 영종도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포럼에서는 에너지 전환,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다양한 지속 가능성 주제들을 다루는 세션이 열린다.

[강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