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 50년간 한국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거듭났습니다. 이제 새로운 50년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자 합니다”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가오는 창립 50주년 기념식은 예탁결제원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예탁 업무 하나로 시작한 예탁결제원은 지난 50년간 증권 대차부터 외화증권 등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해왔다”며 “인프라기관이지만 수동적인 역할에 그치지 않고 시장 참여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50년 먹거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예탁결제원은 전자주총 도입과 토큰증권 법제화 등 자본시장 변혁의 기반을 닦아 왔다. 개인투자용 국채가 출시되면서 운영시스템을 마련하기도 했고, 미국 증시의 결제 주기가 단축되자 이에 대응하는 업무도 문제없이 완수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국채통합계좌를 개통하고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와 정부 당국 사이를 조율한 끝에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이끈 핵심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이 사장은 “당시 결과 발표를 일주일 남기고서야 편입이 가능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한국 자본시장과 경제에 기여한 것 같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WGBI 편입이라는 자본시장의 숙원을 달성한 만큼 이 사장은 남은 임기를 조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글로벌 중앙예탁기관(CSD)의 추세에 맞춰 데이터 사업에 뛰어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예탁결제원은 각종 증권 정보를 모아놓은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를 운영하고 있어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적합하다. 이미 KODEX 미국서학개미 상장지수펀드(ETF)와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 ETF 등 이미 세이브로의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상품이 출시된 상황이다.
이 사장은 “예탁원이 가진 데이터를 시장과 투자자에게까지 긍정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해외 CSD에서는 데이터 비즈니스 사업을 어떻게 하는지 연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성장 동력 발굴을 기치로 이 사장이 발족한 ‘넥스트(Next) KSD 추진단’을 중심으로 경영지원시스템 등 전산체계 개편과 토큰증권·전자주총 시스템 구축을 마칠 전망이다. 예산·회계 등 21개로 구성된 경영지원시스템은 디지털화하는 방향으로 우선 재구축된다. 이달 말 전산체계 개편 관련 SI(시스템통합) 사업자 입찰 공고를 낸 뒤 2026년도 내에 1단계 사업을 마치고, 최종장인 2단계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토큰증권 시스템의 경우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제도화 법안 시행에 맞춰 이미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10월 ‘토큰증권 테스트베드 플랫폼’을 만들기 시작했고, 내년 6월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법안이 통과되면 시행 시기에 테스트베드 플랫폼을 실제 운영시스템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전자주총 도입을 대비해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외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전자주총을 의무화한 튀르키예의 경우 이 사장이 직접 나서 최근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사장이 예탁원의 강점으로 꼽은 ‘맨파워’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각종 역량 개선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지난해 도입된 모바일 기반 업무시스템인 KSD온(KSD:ON)에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STUDY온(STUDY:ON)을 내년 1월 연계한다. STUDY:ON은 업무 관련 각종 자료를 읽을 수 있고, 온라인 강좌까지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 사장은 “예탁결제원 직원들의 맨파워가 좋았기 때문에 여러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며 “훌륭한 내부직원들 가운데서 강사를 선발해 저년차 신입사원 직무 교육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