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10조원 자사주 매입 소식이 삼성전자 주가보다 삼성생명 주가를 더 끌어 올렸다.
20일 삼성생명은 전일대비 0.38% 오른 10만5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3거래일 동안 주가는 7.79%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3거래일간 3.36% 상승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하면 삼성생명에게 돌아가는 배당이 늘어남과 동시에 삼성전자 주식 처분 이익까지 생긴다는 점이 주가를 올린 것이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금융계열사는 비금융계열사 지분 10% 이상의 보유가 사실상 제한된다. 현재 삼성생명,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8.51%, 1.49%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3조원(발행주식 수 대비 0.8%)의 자사주를 소각하게 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이 10%를 초과하는 문제가 생긴다.
금산법 저촉을 막기 위해 삼성생명,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도할 수밖에 없다. 3조원 소각 후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8.58%로 늘어나며 기존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424만주(2272억원 가량)을 매각해야 한다.
기존 배당성향 38%를 유지한다면 처분이익으로 인한 특별배당의 주당배당금(DPS)는 481억원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통상적인 영업이익으로 인한 배당까지 더해 총 DPS는 5200원이 되기 때문에 현재 주가 수준에서 배당수익률은 5%에 달한다.
현재는 3조원에 대한 소각만 발표했지만 남은 7조원 일부도 소각에 들어간다면 내년 특별배당은 더 많이질 수 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 당시에도 처분이익이 특별배당으로 이어졌다”면서 “그간 지급여력비율(K-ICS) 개선 등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특별배당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매각으로 인한 이익이 주가에 빠르게 반영된 상황이라 추가 상승폭이 제한되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과당경쟁, 비우호적인 정책 기조가 결국 수익성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시장은 고배당에다 자사주 매입·소각까지 예상하고 있지만 현재 자본비율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은 힘들다는 예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