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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쪼그라든 노원, 선방한 강남 …'새집'이 희비 갈라

김유신 기자
입력 : 
2024-08-19 17:47:19
수정 : 
2024-08-19 17: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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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서울 노원구에 거주해왔던 직장인 A씨(36)는 2021년 결혼을 하며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신도시에 신혼집을 구했다.

하지만 서울에 신규 주택 공급을 위한 정비사업이 오랜 기간 정체되면 주변 신도시와의 경쟁에서 자치구 경쟁력이 약화돼 인구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랩장은 "서울에 거주하던 인구 상당수가 경기도에 조성된 2기 신도시로 빠져나가며 인구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면서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노후화된 주변 인프라스트럭처를 보충한 지역은 인구가 덜 유출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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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0년간 지역별 입주물량·인구 분석
모든 자치구서 인구 줄었지만
3만4천가구 공급한 강남구
거주 인구는 1.9%만 줄어
공급물량 2천~8천 가구 그친
노도강 인구는 14% 넘게 급감
사업성 낮은 강북 재개발 촉진
서울시, 용적률 완화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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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서울 노원구에 거주해왔던 직장인 A씨(36)는 2021년 결혼을 하며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신도시에 신혼집을 구했다. A씨는 양가가 모두 노원구에 있고, 집값도 별내신도시보다 저렴한 단지가 많아 노원구에 신혼집을 구하는 것을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노원구 상당수 아파트가 준공 40년이 지나 시설이 낙후됐다는 생각에 쾌적한 별내신도시 신축 아파트에서 신혼을 시작하기로 했다. A씨는 "노원구 아파트는 재건축이 언제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지하철도 새로 개통되고 신축 아파트가 많은 별내신도시가 주거 여건이 더 낫다는 판단에 노원을 떠났다"고 말했다.

신규 주택 공급 물량이 자치구별 인구 증감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새 아파트가 다수 들어서는 지역은 주거 선호도가 높아지며 가족 단위 입주가 늘어난다. 반면 신규 주택 공급이 적은 지역은 주거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져 지역을 떠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공급 부족→인구 감소→집값 하락→정비사업 사업성 악화→공급 부족'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며 지역별 주거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매일경제신문이 서울시 자치구별 인구수와 아파트 입주 물량을 분석한 결과 두 변수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예를 들어 지난 10년(2014~2023년)간 서울에서 인구 감소율이 가장 큰 지역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었는데, 이 지역 신규 입주 물량은 타 자치구보다 훨씬 적었다. 서울에서 인구 감소율이 가장 큰 노원구는 10년간 인구가 15.2%나 줄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같은 기간 입주 물량은 8668가구다. 인구 감소율이 세 번째로 컸던 도봉구는 10년간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2379가구에 불과했다. 이는 10년간 입주 물량이 가장 많았던 강동구(3만8692가구)의 6%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기간에 서울시 전체 인구가 줄었지만 입주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자치구일수록 유출 규모도 적었다. 인구 감소율이 가장 낮았던 서대문구(-1.1%)의 10년간 입주 물량은 2만932가구, 강남구(-1.9%)는 3만3589가구였다.

물론 인구 증감엔 신규 주택 공급뿐만 아니라 일자리, 학군, 교통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서울에 신규 주택 공급을 위한 정비사업이 오랜 기간 정체되면 주변 신도시와의 경쟁에서 자치구 경쟁력이 약화돼 인구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랩장은 "서울에 거주하던 인구 상당수가 경기도에 조성된 2기 신도시로 빠져나가며 인구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면서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노후화된 주변 인프라스트럭처를 보충한 지역은 인구가 덜 유출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강서구다. 강서구는 인근에 김포 한강신도시, 인천 검단신도시, 고양시 덕은지구 등 신규 택지가 다수 조성됐다. 하지만 마곡 도시개발사업을 필두로 일자리가 늘고 이와 함께 주변 인프라와 신규 주택까지 공급되며 자치구 중에서 인구 감소가 가장 적었다. 별내신도시, 다산신도시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인구 유출이 가속화된 노도강과 대비된다.

과거 1980년대 택지개발 당시 노원구 상계동에 소형 주택이 다수 지어지며 최근 높아진 주거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상계동, 중계동, 창동 등엔 소형 주택이 밀집돼 있어 그만큼 수요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일자리도 부족하고 거주하는 사람들 소득이 높지 않다 보니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기 어려워 신규 주택도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노후화가 가속화될수록 지역을 떠나는 인구가 늘며 도시가 활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우려해 정부에서도 사업성이 다소 떨어지는 지역의 사업성을 높여주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서울시·국토부 주택정책 협의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서울 시내에서 진행 중인 37만가구의 재건축·재개발 가속화를 위해 사업성이 낮은 지역 용적률을 추가 허용할 경우 임대주택 비율을 완화해주는 '정비사업 보정계수'를 9월부터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는 9월부터 단지별 허용 용적률 인센티브가 공개된다"며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계동 등의 사업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사비가 커진 탓에 정부의 용적률 혜택만으로는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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