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서해상→남포→평양 항적 공개도
김여정, 맞대응 무인기 영공침범 위협 담화
軍 “北, 12차례 이상 무인기로 영공 침범해”
북한은 최근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를 분해·분석한 결과 이륙 지역이 ‘백령도’로 확인됐다며 한국군이 의도적으로 영공을 침범했다고 28일 주장했다. 군 당국은 북측 주장에 대해 “대꾸할 가치도, 확인해 줄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다.
이날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관영매체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무인기 사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북측은 국방성과 국가보위성 등으로 구성된 연합조사그룹이 해당 무인기의 비행 계획·이력 자료들을 분석해 증거자료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무인기가 10월 8일 23시 25분에 백령도에서 이륙해 황해남도 해상을 지나 남포시를 거쳐 평양 상공에 침입했다며 항적을 표시한 지도도 공개했다. 한국군이 지난 2022년 말 서울 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의 항적을 분석 발표했던 때와 비슷한 대응 양상을 보인 셈이다.
북측은 발표에서 무인기의 비행 조종 프로그램에 대북 전단을 살포한 이력도 기록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권 침해 행위가 재발하는 경우 모든 도발의 원점은 가혹한 공세적 행동에 의해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같은 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무인기 사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군을 조롱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부부장은 관영매체에 발표한 담화에서 “가정된 상황”이라며 “서울시 상공에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출현했으며 윤 괴뢰(윤석열 대통령을 지칭)를 비난하는 삐라(전단)가 살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북한) 군부나 개별단체 또는 그 어떤 개인이 무인기를 날린 사실은 없으며 확인해 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더러운 서울의 들개무리들(한국군)이 어떻게 게거품을 물고 짖어대는지 딱 한 번은 보고 싶다”고 비꼬았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북측 주장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실장은 “지난 10년간 북한은 12차례 이상 여러 대의 무인기를 우리 영공에 침투시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해 왔다”면서 “반성은커녕 적반하장의 억지 주장은 후안무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도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지 위협과 도발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우리의 대응태세와 의지에 대해 오판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이번에 발표한 조사 결과를 유엔군사령부에 통보하고, 필요시 공동 조사에 응할 뜻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양 교수는 조롱 섞인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서는 “북한이 맞대응 차원에서 조만간 무인기를 동원해 용산 대통령실과 합참 등에 대남 전단이나 오물을 살포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