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별이 된 故 김민기에 얽힌 미담이 공개됐다.
극단 학전 대표이자 가수 故 김민기의 미담은 121년 하와이 한인 이민사를 뮤지션들의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아름답게 그려낸 히스토리 뮤직 필름 ‘하와이 연가’의 탄생에 기여했다.
‘하와이 연가’의 주옥같은 플레이리스트 중에는 김민기의 노래이자 국민 가요로 손색없는 ‘상록수’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故 김민기는 하와이의 121년 한인 이민 역사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을 위해 자신의 몫인 저작권료를 전혀 받지 않은 채 ‘상록수’의 편곡까지 허락한 뒤 세상을 떠났다.
‘하와이 연가’는 하와이 한인 이민사를 3가지 파트로 나누고 있다. 김민기의 ‘상록수’는 1막에 해당하는 ‘꿈’에서 하와이 심포니 오케스트라 악장 이그나스 장의 가슴을 울리는 바이올린 독주로 울려 펴진다. ‘상록수’와 함께 ‘희망가’, ‘봄이 오면’이 1막의 연주곡으로 낙점됐다.
‘하와이 연가’를 연출한 이진영 감독은 “K-POP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지만, ‘하와이 연가’에서는 아름다운 우리 가곡을 세계 시장에 소개하고 싶었다”며 이 3곡을 1막 연주곡으로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상록수’는 미래지향적이고 희망적인 가사 때문에 이 감독이 꼭 1막의 마지막에 넣고 싶은 곡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저작권 보호 기간은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돼 있어 ‘상록수’ 작사 겸 작곡자인 김민기에게 저작권료를 지불 해야 쓸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첫 제작지원비 1만 달러를 촬영도 시작하기 전에 촬영감독과 편집 감독 인건비와 녹음실 계약으로 다 써버린 상황이라, 고민 끝에 ‘김민기 선생님께’로 시작하는 두서없는 글을 썼다”며 “김민기 선생님은 난데없이 태평양 너머에서 날아온 무명 독립영화 감독의 갑작스러운 부탁을 허투루 듣지 않으셨고, 저작권료 없이 ‘상록수’를 쓰게 해주셨을 뿐 아니라 바이올린 편곡까지 허락해 주셨다”고 돌아봤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상록수’는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새 생명을 받았다.
이 감독은 “김민기 선생님의 허락이 없었다면 ‘상록수’는 영화에 쓰이지 못했을 것”이라며 “개봉하게 되면 꼭 영화관 가장 편한 자리에 모셔서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더 이상 선생님이 계시지않다. 영화 속 ‘상록수’가 울려 퍼질 때마다 선생님의 안식을 기원하겠다고 다짐한다”고 밝혔다.
‘하와이 연가’는 30일 전국 CGV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