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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바이오 열전] 유한이 만든 'K신약 2호' 내년초 글로벌 출격

박준형 기자
입력 : 
2024-11-26 17:25:58
수정 : 
2024-11-26 19: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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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신약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유한양행이 개발한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국내 항암제 최초로 FDA 승인을 받으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제2의 렉라자라 할 수 있는 알레르기 관련 신약을 내년 1분기에는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할 수 있을 것이며, 이외에도 항암제, 비만 및 대사성 관련 물질 등 30여 가지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기업이나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해야 하며, 이러한 투자는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바이오 벤처를 육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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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욱제 유한양행 대표
알레르기신약 기술수출 목표
올해만 3000억원 'R&D 투자'
세계50위권 제약사 성장 목표
정부 직접투자로 산업 육성을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가 '글로벌 50위권 제약사'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가 '글로벌 50위권 제약사'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제약·바이오 산업의 꽃은 '신약 개발'이다. 흔히 10년의 시간과 수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대부분 중도에 외국계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하거나 글로벌 3상 문턱에서 좌절했기에 '이룰 수 없는 꿈'처럼 여겨졌다.

이 꿈의 최일선에 유한양행이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신약 '렉라자'(폐암 치료제)가 지난 8월 국내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으면서 국내 제약 업계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최근 서울 대방동 유한양행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제2의 렉라자라 할 수 있는 알레르기 관련 신약을 내년 1분기에는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오테크 기업에서 사 온 기술인데 이를 발전시켜 현재 국내 1상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3~4곳에서 관심을 보여 기술수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렉라자 후보 물질을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에서 도입해 발전시킨 뒤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다시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넘겼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조 대표는 1987년에 입사해 37년간 일해온 '유한맨'이다. 그가 이끄는 유한양행은 오픈 이노베이션(다른 바이오 벤처나 제약사와 공동 개발)과 독자적인 신약 개발을 각각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써왔다.

현재 매출 기준 국내 1위 제약사이지만, 글로벌 50위권 제약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조 대표는 "2020년 중장기 비전을 세울 때 글로벌 50위권에 진입하려면 매출 4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은 돼야 할 것으로 봤다"며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혁신 신약 2개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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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대표로 취임한 뒤 혁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늘린 것은 이런 청사진 때문이었다. 그는 "올해에만 3000억원에 가까운 연구개발비를 투입할 예정"이라며 "이러면 영업이익이 안 좋아지지만 그래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2의 렉라자로 기대되는 알레르기 관련 신약 외에도 항암제, 비만 및 대사성 관련 물질 등 30여 가지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렉라자의 성공 사례를 두고 초기 관련 물질을 벤처기업에서 사 온 것인 만큼 완전한 신약 개발이라고 볼 수 없다며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이런 사업도 쉬운 게 아니다"며 "일단 벤처기업의 신약 물질이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렉라자의 경우도 당시 연구소장 등이 기존에 있던 약에 비해 강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판매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며 글로벌 제약사가 렉라자를 인수한 이후에도 혹시 이들이 하는 병용 임상(몇 가지 약을 섞어 쓰는 것)이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13개국 393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면서 "이런 노력이 렉라자의 성공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유망한 기초 물질을 국내 제약사들이 사주는 것만으로도 능력 있는 바이오 벤처를 육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대표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기업이나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금력이 없는 국내 제약사들은 수백억~수천억 원에 달하는 임상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며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장기간 투자하고 향후 이익이 나면 기업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이 펀드를 통해 제약·바이오 기업에 투자할 경우 펀드 만기가 있기 때문에 장기간 성과를 기다려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특정 신약 파이프라인에 투자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고 기업이나 공적 자금 등이 투자해 해당 프로젝트에만 책임을 지는 방법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욱제 대표는

△1955년 경남 마산 출생, 마산고 졸업 △1982년 고려대 농화학과 △1987년 유한양행 입사 △2012년 마케팅 담당 상무 △2015년 약품사업본부장 전무 △2019년 경영관리본부장 부사장 △2021년 대표이사 사장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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