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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골골' 백살 말고 '펄펄' 백살 내게도 장수 유전자 있을까

이병문 기자
입력 : 
2024-11-26 16: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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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백세인 DNA 분석해보니
치매 유발하는 유전자 거의 없고
동맥경화 막아주는 변이도 확인
장수하는데 최악 질병은 고혈압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인의 평균 수명은 84.5세로 세계 185개국 중 가장 길다(세계보건기구 2021년 통계). 특히 100세를 넘긴 백세인은 지난달 1일 기준 9만1000명(남성 1만1000명·여성 8만명, 총무성 통계국)이고, 100세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90~99세는 271만3000명에 달한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2.7세(2022년 기준)이며 백세인은 지난달 말 기준 8644명(남성 1549명·여성 7095명, 행정안전부 행정동별 인구현황)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장수와 관련된 유전적 요인을 찾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소개했다. 닛케이는 오사카대 등 연구팀 발표를 인용해 "일본과 유럽인 약 70만명의 지놈(유전자 정보)을 조사해 비만과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등 33개 항목을 분석한 결과 수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고혈압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고혈압은 합병증이 무서운 질환이다. 전체 뇌혈관질환 중 50%가 고혈압으로 발생하고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병의 30~35%, 신(콩팥)부전의 10~15%가 고혈압이 원인이다.

비만은 유럽인에 비해 일본인에게 미친 영향이 작았다. 그 이유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혈당치를 낮추는 '인슐린 호르몬' 분비량이 백인의 절반에 불과한 점을 유전적 요인으로 꼽았다. 인슐린 분비량이 많은 사람이 고칼로리 식사를 하면 많은 혈당이 몸에 흡수돼 지방 형태로 쌓인다. 그러나 일본인처럼 인슐린 분비량이 적으면 지방에 쌓이지 않고 체내 혈당치도 내려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백인은 쉽게 살이 쪄서 비만이 되지만, 일본인은 살이 찌는 것보다 신장이 나빠지거나 당뇨병에 잘 걸린다고 오카다 유키노리 오사카대 교수는 분석했다.

아라이 야스미치 게이오기주쿠대 교수 등은 백세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장수인은 치매나 당뇨병, 순환기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일반인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백세인은 치매와 관련된 유전자 'APOE4' 보유자가 적었다. 일본인은 평균적으로 약 20%가 APOE4 유전자를 가졌지만, 100~104세인은 11%, 110세 이상인은 3%에 불과했다. APOE4는 치매뿐만 아니라 장수 리스크 유전자이기도 하다. APOE(apolipoprotein E)는 콜레스테롤 대사와 운반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구조가 약간 다른 2형(APOE2), 3형(APOE3), 4형(APOE4)으로 나뉘며 19번 염색체에 존재한다. 모든 사람은 APO E2, E3, E4 대립 유전자 가운데 두 가지를 가지고 태어난다. 즉 유전형이 APOE 2/2, APOE 2/3, APOE 2/4, APOE 3/3, APOE 3/4, APOE 4/4 등 6개 중 하나에 속하게 된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E4형 유전자가 하나 포함된 경우 치매 발병률이 4~6배가 되고, 두 개가 있으면 10~12배에 달한다.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관상동맥'과 관련된 유전자 특성을 찾으려고 일본과 유럽인 총 60만명의 지놈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 일본인에게서 'PCSK9'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이 유전자는 혈중 콜레스테롤의 장기 흡수를 촉진해 수치를 떨어뜨려 동맥경화가 잘 일어나지 않게 했다. 반대로 관상동맥 발병 위험을 높이는 변이도 발견됐다. 이토 가오루 연구팀 박사는 "관상동맥 발병 위험과 관련된 유전자 장소는 약 180개소나 있었고 일본·유럽의 어느 쪽이 유전적 발병 위험이 높은지는 아직 불명확하다"고 설명했다.

장수 관련 연구팀들은 유전적 요인이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비율은 10~25%에 불과하며 생활습관을 바꾸고 노력하면 백세인으로 천수를 누린다고 주장한다. 한국인은 다른 나라보다 일본인과 유전적 요인이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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