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사도광산에서 희생된 노동자들을 기리는 추도식을 한일 양국이 따로 치른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합동 추도식은 양국이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조선인 노동자들을 함께 애도하며 미래를 다짐할 기회였는데, 아쉽게 무산되고 말았다.
우리가 일본 측 추도식에 불참한 이유는 일본 측 태도가 유네스코에 사도광산을 등재하면서 합의했던 수준을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일본 대표는 추도사에서 강제노역을 언급하지 않고, 전쟁 중 국가 정책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또한 일본 측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논란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이를 오해라고 주장했지만, 우리 정부는 추도식 전반에서 일본의 진정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합동 추도식이 무산된 점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실무적인 책임을 따지며 분란을 키울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한일 간 신뢰에 금이 가서는 안 된다. 북·러 밀월로 동북아시아가 긴장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체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사후적으로나마 우리 외교부가 "불필요한 갈등으로 비화하지 말자"고 일본 측에 당부한 것과 일본 정부가 "한국과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 시절 일본과의 관계가 파탄 직전까지 갔던 상황을 회복시켰다. 징용자 배상 문제에서 '제3자 변제안'을 제시하며 정상 간 셔틀 외교를 복원했다. 일본은 반도체 3개 핵심 품목의 수출 규제를 4년여 만에 해제했으며, 양국 간 방문객 수는 급증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지난 9월 퇴임 직전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12번째 회담을 갖는 등 우의를 다졌고,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도 최근 윤 대통령과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을 거듭 약속했다.
힘겹게 쌓아올린 한일 협력의 공든 탑을 함부로 무너뜨려선 안 될 일이다. 내년은 특히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해다. 역사적 사실은 분명히 하되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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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도광산 논란에 한일관계 공든탑 무너져선 안돼 [사설]
- 입력 :
- 2024-11-26 17: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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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사도광산에서 희생된 노동자들의 합동 추도식이 무산되어 안타깝다.
일본 측 태도가 유네스코 등재 당시 합의와 달라 한국측이 불참했고, 일본은 강제노역을 인정하지 않았다.
북·러 밀월로 인한 긴장 상태에서 한미일 협력체제가 중요하므로 한일간 신뢰를 유지해야 하며, 어렵게 회복한 한일관계를 무너뜨리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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