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13차례 최장 동결
한은 결정에 대통령실 즉각 반응
“내수 위해선 선제 인하 했어야”
집값이 기준금리 인하 발목을 잡았다. 물가와 성장이 일제히 인하를 가리키고 있지만,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 가계부채 상승 도화선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걱정이 한국은행을 붙들었다.
내수 회복이 시급한 대통령실은 한은의 동결 결정에 불만을 표했다. 역대 정부가 한은의 독립성을 건드리는 것을 금기처럼 여겼다는 점에 비춰보면 정부의 불만 표출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갖고 금통위원 7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13번 연속으로 금리를 현 수준(3.5%)으로 묶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월 금리 인상 이후 역대 최장 기간(1년 7개월) 동결 기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라면서도 “이미 시장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9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은이 선제적 결정을 내렸다면 내수 진작 측면에서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런 견해를 다 취합해 듣고 내부에서 토론을 통해 금리를 결정하겠다”며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4%로 낮췄다. 정부가 내다본 성장률(2.6%)과 격차가 더 커졌다. 2분기 한국 경제가 역성장(-0.2%)한데 이어 3분기에도 민간소비를 비롯한 내수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점을 반영한 것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6%에서 2.5%로 낮췄다.
성장 눈높이가 낮아진 반면 물가 안정에 대한 자신감은 커져 10월 금리인하 ‘깜빡이’를 켠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융통화위원도 4명으로, 직전 7월 회의에 비해 2명이 더 늘었다.
이 총재는 “물가 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과 물가 전망 하향조정에도 금리인하를 막은 것은 부동산 가격이다. 이 총재는 “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내수 부진을 더 가속할 위험이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 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현재는 금리 동결이 좋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과도한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는 ‘영끌족’을 향해 직접적인 경고를 날렸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은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기는 통화정책 운용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며 “정부 주택 공급 대책이 과거보다 현실적이고 과감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2021년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본다면 오산이라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금통위원은 “한은이 2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잭슨홀 미팅과 다음달 연준의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강도, 정부 부동산 대책 정책효과를 확인한 후 시장에 인하 시그널을 줄 것”이라며 “빠르면 10월 인하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