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산업 의존 더 심해져…기업심리지수는 두달째 하락
경기도에 있는 A레미콘 업체는 올해 건설경기 부진이 심해지자 생산시설을 오전만 가동하고 있다. 일감이 뚝 끊긴데다 장마와 폭염에 공사일수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하루 평균 레미콘 출하량이 1000㎥가 넘어 차량 30대가 5번씩 공사 현장을 오갔는데 지금은 물량이 200㎥로 줄었다”며 “공장가동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매달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활가전업체 B사 대표 김모씨는 소비부진에 판매량이 끊기며 요즘 밤잠을 못 이룬다. 김 대표는 “지난해만 해도 공장 가동률이 80%를 기록했는데 지금은 60%까지 낮아졌고, 3분기부터는 50% 밑으로 떨어질 것 같다”며 “사업축소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출과 생산이 한국 경제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반도체를 뺀 제조업 생산활동에선 냉기가 심해지고 있다. 2분기부터 내수가 크게 꺾여 경기부진 우려가 커졌는데,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생산마저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에 집중된 수출품목을 다각화하면서 내수 기업 활동을 촉진하는 정책 처방이 시급해졌다는 평가다.
21일 매일경제가 통계청 산업활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1%로 뚝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2분기 반도체 생산 증가율은 22.4%로 사실상 국내 생산을 ‘나홀로’ 떠받쳤다.
반도체를 제외한 생산 증가율은 2022년 4분기(-2.9%)부터 올해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나마 반도체 수출이 강하게 반등하며 2분기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다.
월별 상황을 보면 반도체 의존도는 더 확연해진다. 6월 제조업 생산은 3.9% 늘었지만, 반도체를 뺀 생산은 -1.6%로 거꾸로 줄었다. 6월 반도체 생산이 26.9% 급증한 반면 화학제품(1.5%), 1차 금속(-9.8%), 자동차(-4.1%)를 비롯한 주요 업종이 부진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전체 수출과 생산이 좋아보이는 착시 현상이 심해졌다”며 “내수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금리를 낮춰 경기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 체감경기는 두달째 악화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조사에 따르면 8월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2.6포인트 하락한 92.5로 집계됐다. 7월(95.1) 5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후 두달 연속 하락세다.
CBSI는 한은이 3524개 법인을 대상으로 생산, 업황, 자금 사정을 비롯한 경기 상황을 측정한 지표로, 100을 밑돌면 경제를 바라보는 기업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중국 경기 회복 지연,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