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천만 관객 돌파 이후
음지의 무속신앙 전면 등장
무당·역술가 예능 출연부터
출판사 오컬트 소설 출간
유지태는 무속 다큐도 진행
음지의 무속신앙 전면 등장
무당·역술가 예능 출연부터
출판사 오컬트 소설 출간
유지태는 무속 다큐도 진행
성해나 작가의 단편소설 '혼모노'는 최근 문학출판계에서 큰 화제를 일으킨 작품으로 '신빨'이 떨어진 50대 박수무당과 앞집에 이사온 신애기의 갈등을 다룬다. 부채, 방울, 신령님, 그리고 작두타기의 과정이 세밀하게 그려지며 긴장감을 유지시키는데, 1990년대생 젊은 작가인 성해나는 예스24 선정 '2024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무속'이 한국 문화·미디어계 전면 등장했다. 올해 첫 '천만 관객 영화'로 등극한 '파묘' 이후 무속신앙이 문화계에서 열풍처럼 불고 있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부터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시리즈, 그리고 유튜브 채널에서 한국의 무속신앙은 'K무속'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올해 6월 시즌1이 공개된 예능 시리즈 '신들린 연애'는 음지의 영역에 있던 점술인들의 연애를 다뤄 인기를 모았다. 화제로 떠오른 인물은 '예경선녀' 함수현 씨. 그는 10년간 은행원이었지만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됐다고 제작진은 설명한다. 함수현 씨는 할아버지, 아버지가 모두 무당이었다. '신들린 연애'에는 무당뿐 아니라 사주를 보는 역술가까지 등장한다.
배우 유지태가 사회를 맡은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은 무속을 다룬 8부작 프로그램으로 7월 공개됐다. 귀신 현상으로 고통받은 실제 경험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인데 살(殺), 귀(鬼), 무(巫), 흉(凶), 잡(雜), 명(命), 원(寃) 등을 주제로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샤머니즘을 취재해 호응을 얻었다. 살 맞은 여자의 침대 위로 덮쳐오는 남자 귀신, 유학을 떠났음에도 신이 길을 가게 된 여성, 태어나자마자 입양됐지만 결국 샤먼이 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성 등을 보여준다.
한국에선 아직 개봉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11개국에 선판매된 영화 '바리데기'는 무당의 굿판이 소재다. 중심인물 차병학은 '도네이션'으로 은유되는 장기매매를 일삼는 최악의 범죄자인데, 그의 가족이 기이한 죽음을 맞는다. 무당 원고명은 고심하는 차병학에게 굿판을 열 것을 제안한다. 25년 전의 모녀 실종사건이 차병학 가족의 죽음과 연결돼 있다.
올해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도 한국의 무속신앙과 연결된다. 주인공 윤서하는 존재도 모르던 작은아버지 윤명길로부터 선산을 상속받는 일생일대의 횡재를 경험한다. 그는 작은아버지의 유일한 상속자였다. 그러나 선산을 상속받은 뒤 불길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한국형 오컬트 열풍에 힘입어 출판사 문학동네는 22년 전 출간됐던 장편소설 유은지 작가의 '귀매' 개정판을 7월 출간하기도 했다.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닌 대학원생 혜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작품이다. 김재관 교수의 답사단이 곧 사라질 마을을 조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잡귀를 보는 눈을 뜻하는 '영안(靈眼)'을 소재로 삼은 이 작품에서 "나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지. 산 자의 두려움을 먹고 살아"라는 문장은 늦여름 달아오른 등줄기를 차갑게 식힌다.
한국 무속이 인기를 끌자 글로벌 통신사 로이터는 3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쌍문동 애기선녀TV'에 관한 특집기사를 지난 6월 내보냈다. '29세의 애기씨'를 다룬 이 기사에서 로이터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유튜브에서 한국어로 '무당'과 '점술'을 검색한 횟수는 거의 두 배로 늘었다"고 썼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