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통 아파트를 생각하면 주로 강남의 아파트가 얼마나 올랐는지, 그 가격은 얼마인지 등에 대한 것이다. 아파트를 이렇게 돈 문제로 바라보면 대체로 이것이 민사법적 측면을 구성하는데, 우리 법원이 주로 아파트와 관련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이에 머무른다.
다른 한편 아파트는 대다수 국민에게 삶을 영위하는 '주거'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아파트가 합리적이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안전한 생활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 여럿이 같이 공동으로 거주하므로 소유자가 자기 아파트를 임의로 리모델링하거나 용도변경을 할 수 없다는 점 등도 역시 일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런 공익적 요청은 금전적인 문제와 달리 주로 공법적인 측면에서 규제되는데, 현재 이를 규율하는 법률은 공동주택관리법이다. 이 법률은 아파트를 관리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행위허가, 장기수선 충당금 등의 제도를 마련해서 우리의 쾌적한 일상을 보장하고, 사회의 중요한 자산인 아파트가 잘 유지·관리되도록 배려하고 있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에는 예상과 달리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아파트는 일반적인 물건과는 달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입주 후에 무르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민사적인 접근법과 공법적인 접근법이 있다. 만약 이를 민사로 보고 단순하게 돈 문제로 생각하면 아파트를 시공한 건설사나 이를 분양한 시행사가 손해를 배상하면 해결된다.
한편 대부분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 아파트의 하자는 생활상의 큰 고통이 되며, 보통 하자가 공동주택 구성원 모두의 공통 문제가 된다. 또 아파트는 단순히 개인의 소유물을 넘어 우리 국민의 주거를 담당하는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국가도 아파트가 기능을 잘 유지하면서 오랜 수명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공법적 측면에서는 아파트에 하자가 발견되면 우선 하자가 보수되어야 한다. 특히 하자가 아파트의 구조 안전 등 위험 요소와 관련되는 것이면 반드시 보수되어야 하고,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각 구분 소유자에게 돈을 나누어 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일반적인 하자라 해도 이에 대한 보수를 전제하지 않고 손해배상만으로 문제를 푸는 것은 하자를 수리할 기회를 포기하고 생활상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아파트의 수명을 단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대법원은 2000년 이전부터 아파트의 하자를 돈 문제로 보고 손해배상을 넓게 인정함으로써 하자 문제를 해결해왔다. 그리고 판례에 따라 민사법과 공법이 20년 넘게 개정을 반복하면서 손해배상의 책임자와 기간에 관해서만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 과정에서 아파트의 관리를 위해 하자가 보수되고, 아파트의 생활 환경과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공법의 정신'은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해서 하자보수를 우선하도록 법제를 정비해야 하고, 법원도 아파트의 하자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김종보 서울대 법학전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