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구글 딥마인드의 '하버마스 머신' 실험은 이러한 가능성에 과학적 근거를 더했다. AI가 전문 중재자보다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해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실험실 결과를 넘어 실제 분쟁 해결 현장에서 AI의 활용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사회적 갈등 비용이 특히 높은 국가로 꼽힌다. 세대 갈등, 이념 갈등, 노사 갈등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분열이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I의 역할은 매우 유용할 수 있다. AI는 감정적 편향이 없고,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또한 언제든지 즉각적인 응답이 가능하며 비용 효율성도 높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AI는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그레이존에서 발생하는 분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가령 당사자들이 감정적으로 얽힌 상황에서 AI의 객관적이고 냉정한 관점은 서로의 입장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국 AI는 갈등 당사자들이 문제를 한 발짝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인공지능이 모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당사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냉정히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주장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때로는 감정 대신 이성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제는 인공지능을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닌,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갈등 해결책으로 받아들일 시점이 되었다. 간단한 온라인 분쟁부터 시작해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간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더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AI를 활용한 갈등 해결 프로세스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사회적 갈등 해결에 있어 새로운 신뢰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AI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작은 갈등을 해소하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더욱 확장하여 사회 전반의 갈등 해결로 이어간다면 우리는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더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재석 카페24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