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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IAL TIMES 제휴사 칼럼] 트럼프 신봉세력이 놓치는 것

입력 : 
2024-08-19 17:03:58
수정 : 
2024-08-19 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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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러시아 최대 신흥 재벌(올리가르히)로 유명했던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1999년 파이낸셜타임스 편집인, 선임 기자단과 오찬을 한 적이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과두 세력은 베레좁스키가 겪었던 신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지 모르나 과연 이들이 원하는 만큼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또 한번 민주주의가 추락한다면 자신들에게 불리한 각종 규제와 정책 등 정부 개입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과두 세력이 권력을 쥐여 준 자는 스스로 절대적 통치자가 되려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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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한때 러시아 최대 신흥 재벌(올리가르히)로 유명했던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1999년 파이낸셜타임스 편집인, 선임 기자단과 오찬을 한 적이 있다. 베레좁스키는 당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수장인 블라디미르 푸틴을 차기 총리 및 후임 대통령으로 지명하도록 보리스 옐친 대통령 측근을 설득하던 인물이었다.

필자는 그에게 푸틴에게 권력을 준 이유를 물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러시아는 이제 자본주의 국가이며,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자본가가 권력을 가진다." 이 대답에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베레좁스키는 옛 소련 시절에 인생 대부분을 보냈던 냉소적인 인물로 러시아의 잔혹한 역사를 아는 러시아인이었다. 그는 자본주의 러시아에서 권력의 향방을 예측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궤변을 믿는 듯했다.



법치 무너지면 자본주의도 힘잃어

그러나 권력은 늘 그랬듯 크렘린궁의 주인에게 있다. 푸틴 집권 1년 만에 베레좁스키는 러시아의 과두 세력, 올리가르히 척결 과정에서 쫓겨나 영국으로 망명한 뒤 푸틴의 신랄한 비판자가 됐다. 그는 2013년 런던에서 사망했지만 사인에 대해 자살설과 타살설 등 다양한 추측이 제기됐다.

베레좁스키의 운명이 시사하는 바는 중요하다. 부는 법치국가에 의해 보호될 때만 권력의 원천이 된다. 반면 전제주의 국가의 부는 권력에서 온다. 폭군은 부를 장난감처럼 다루며 줄 수도 뺏을 수도 있다.



'잠재적 독재자' 트럼프와 신봉세력

미국은 러시아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푸틴과 다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정적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대통령직을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정적에 대한 복수는 스스로 '정치적 박해'를 받았다고 보는 트럼프에겐 정당화된다.

그러나 트럼프가 실제로 저지른 건 2020년 대선 결과를 번복하려는 시도로 그 과정에서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을 조장하고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에게 투표 결과 인증을 거부하라는 압력을 행사한 일이다. 이후 '도둑맞은 선거'란 '새빨간 거짓말(Big Lie)' 같은 주장이 공화당 내에서 널리 퍼졌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대선 불복을 선언한 트럼프와 J D 밴스 부통령 후보의 당선을 원하는 과두 세력들은 독재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가란 점이다. 민주주의의 심장과 같은 선거에 반해 쿠데타를 시도하는 자는 잠재적 독재자다.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충성하는 이들로 정부를 구성하려는 이도 마찬가지다. 그런 나라에선 추종자와 아첨꾼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진정 안전할 수 없다.



트럼프 재집권땐 美민주주의 타격

이전에는 미국 대통령의 권력은 강력한 시민 윤리와 품위 있는 원로 정치인, 독립된 사법부와 정당에 의해 견제됐지만 오늘날 이러한 요인들은 상당히 훼손됐다. 이를 감안하면 트럼프의 재선은 전 세계적인 파장을 미칠 것이다. 민주주의의 신뢰도는 이미 크게 훼손됐고,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다.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더불어 향후 전 세계 내에서 미국의 역할 역시 위태롭다. 미국의 '네오콘'은 우크라이나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러시아의 손아귀에 넘기는 행위가 미국의 대중 견제 역량과 무관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미국 네오콘에겐 미국이 직접 창설한 세계무역기구(WTO)를 포함해 오늘날 미국을 만드는 데 유용했던 무역협정을 어기면 필연적으로 미국을 믿을 수 없는 경제 파트너로 만들 것이라는 점도 보이지 않는 듯하다. 기업가로서 트럼프는 과거에도 수차례 파산 신청을 했다. 미국이 그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경제 주체로서 신용을 유지할 수 없다.

트럼프는 공약으로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 관세와 부자 감세 정책, 약(弱)달러를 내걸었다. 또한 그는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저금리를 옹호하면서도 연준의 독립성은 부정한다.

관세를 통해 수입비용을 급격히 인상해 외화 수요 감소를 촉발하는 동시에 달러 약세를 기대하는 그의 발상은 모순이다. 보통은 그 반대로 달러화가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미 막대한 재정적자가 더 확대되고 연준이 성급히 통화정책을 완화하도록 압력을 받는다면 달러 가치는 1970년대처럼 실제로 폭락해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트럼프가 잠재적 독재자, 보호무역주의자, 약달러 옹호자인 점을 넘어 미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가 재임 당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미국의 탈퇴를 선언한 자라는 사실이다. 현재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의 1.5도 이하로 제한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트럼프가 재집권한 후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멈춘다면 그 희박한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재앙적인 결과만 남을 것이다. 트럼프는 '지구 온난화는 사기'라는 걸 그저 "알고 있다"고 말한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패배하고 있어도 아직 물리칠 수 있는 위협이지만 트럼프는 확실한 실패로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일 것이다.



독재정권선 추종자도 안전 장담못해

트럼프를 지지하는 과두 세력은 베레좁스키가 겪었던 신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지 모르나 과연 이들이 원하는 만큼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또 한번 민주주의가 추락한다면 자신들에게 불리한 각종 규제와 정책 등 정부 개입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과두 세력이 권력을 쥐여 준 자는 스스로 절대적 통치자가 되려는 경향이 있다. 그 누구도 결국 안전할 수 없다.



※이 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마틴 울프 칼럼 'Naivety about Trump threatens all our futures'를 매일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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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울프 FT 수석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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