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70% 이상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전기차 충전 시설은 지하주차장에 분산 설치되어 있다. 전기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번 청라 아파트에서 전기차 배터리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주변에 주차돼 있던 수십 대의 차량으로 불이 번졌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화재 발생 시 아파트 관리자가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 밸브를 잠가 놓았다는 사실이다. 전기차 배터리 폭발로 인한 화재 발생 시 기존 스프링클러 설비로 화재를 진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화재 확산을 방지할 수 있으며 유독 가스 등이 주민 거주 공간으로 침입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중요한 스프링클러 설비 밸브를 관리자가 임의로 조작하여 작동되지 않아 화재가 확산되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처럼 중요한 스프링클러 설비를 운영하는 관리자는 전문 지식을 갖춘 기술자들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거의 대부분이 건물을 관리하는 용역업체 소속 직원이다. 또 공동주택 등을 관리하는 용역관리업체는 수시로 교체되며, 용역관리업체를 공동주택 입주자 대표들이 선정하는데, 전문 지식이 전무한 이들이 선정하는 것 또한 큰 문제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이전 정부에서는 이러한 시설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기술자를 국가기술자격 소지자로 의무 채용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5년 정부에서는 영양사와 조리사를 제외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의무 채용하도록 했던 13개 직종을 규제 개혁 차원에서 해제하였다.
화재에 대비한 시설 보강도 중요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첨단 시설인 스프링클러 설비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시설을 관리하는 전문기술자를 양성하고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들이 용역업체 소속이 아닌 정규직으로 취업해 시설을 관리하도록 하고 문제 발생 시 책임을 묻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박진관 건축설비 1호 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