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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기고] 제조업 데이터 활용을 위한 생태계

입력 : 
2024-06-11 17:33:11
수정 : 
2024-06-11 17: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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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제조 생태계 재편에 한창이다.

하지만 가이아-X 원칙을 지키는 인공지능(AI) 기업에는 안심하고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내용 LLM을 구축해 존재하지만 정리되지 않아 쓸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차량 제조의 조합을 찾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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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제조 생태계 재편에 한창이다. 인류는 늙어가고 출산율은 낮아지지만 생산성 제고의 숙제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기하급수적 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을 제조 프로세스에 통합하여 새로운 가치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전략은 화려한 기술과 장밋빛 청사진으로 홍보되지만 실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도, 활용하는 일도 쉬운 게 아니다.

데이터 문제를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오래 고민한 주체는 유럽이다. 전 세계 데이터의 70%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비유럽권 빅테크 플랫폼에 저장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클라우드 법'을 제정해 영장 없이도 수사기관이 클라우드에 저장된 해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유럽의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업의 사적 의사결정을 넘어 경쟁 국가에 맡기는 꼴이 된 것이다. 유럽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주권'의 개념을 강조한다. 나의 데이터는 스스로의 의지로 어떤 목적으로 어떤 주체와 거래할지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데이터 주권을 지키려는 노력은 '가이아-X(Gaia-X)' 프로젝트로 구체화되었다. 유럽 각국 정부는 물론 제조와 소프트웨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가 참여하는 다국적 프로젝트다. 이들은 데이터 주체가 상대방을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상위의 원칙을 설계한다. 가이아-X의 원칙을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 생태계 내의 다양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데이터 협력을 시작했다. 완성차 제조 기업인 BMW와 거대언어모델(LLM) 기업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사내에서 챗GPT와 같은 LLM 활용을 금지한다. 하지만 가이아-X 원칙을 지키는 인공지능(AI) 기업에는 안심하고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내용 LLM을 구축해 존재하지만 정리되지 않아 쓸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차량 제조의 조합을 찾아낼 수 있다.

사실 유럽의 문제와 우리의 문제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해외 빅테크 클라우드 의존도는 높으며, 데이터는 기업 간, 심지어는 부서 간에도 교류되지 않는다. 디지털 제조 전략이 조금이라도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 중심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중소기업의 생산 프로세스가 디지털화되어야 대기업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데이터는 그저 모아놓으면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돌이 아니다.

한편 데이터 미활용 문제는 시장 실패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각자가 최선이라 믿는 결정을 하지만 결과는 사회적으로 차선인 용의자의 딜레마 상황이다. 양질의 데이터가 있더라도 상대방을 믿지 못해서, 제조 노하우가 유출될까봐 데이터를 거래하지 못한다. 우려 탓에 디지털 전환 자체에 소극적인 기업이 수두룩하다. '데이터 주권'은 같은 원칙을 공유하는 믿을 만한 주체끼리 거래를 가능하게 만들어 시장을 형성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교과서 밖 시장은 진공 상태에서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본거지인 유럽의 데이터 문제 해결 방식에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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