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부회장은 효성그룹에서 독립하며 HS효성을 출범시키는 등 바쁜 와중에도 일정을 조정해가며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국제 정세와 구조적 성장 한계에 직면한 위기 상황에서 민간 경제협력만이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내년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의장을 맡는 등 민간 차원 글로벌 경제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조부인 조홍제 회장께서는 '산업입국' 철학으로 기업을 일궜고, 부친 조석래 명예회장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도록 이끌었다. 선대 회장들처럼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생각을 해왔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에서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기업인의 의지가 읽힌다. 민간 경제협력 강화를 통해 국가와 기업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기업가정신도 그의 머릿속에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신현우 한화 사장 등도 이날 오사카에서 일본 상의 회장단과 만나 에너지·공급망·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최 회장은 '게이조쿠와 지카라나리(계속하는 것은 힘이 된다)'라는 일본 속담을 언급하며 지속적인 한일 협력을 강조했다. 협력의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의 경제 번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일본에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과 함께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최종전을 참관했다. 두 회사는 수소차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 회장은 한미 관계에도 크게 기여를 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그의 대미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성 김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까지 사장으로 영입하며 민간 경제협력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기업인들은 수익성 개선 등 회사 안살림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협력 등 대외적 이슈 등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에겐 네트워크와 실력, 애국심이라는 무기가 있다. 한국 기업과 기업인을 바라보는 전 세계 시선도 예전과 달라졌다.
지금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올해 성장률은 2%대 초반에 그치고, 내년은 올해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활동을 옥죌 수 있는 상법개정안도 막아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국제환경도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 일본과의 관계도 삐그덕거린다.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 추도식이 지난 24일 한국 측이 불참한 반쪽 행사로 진행됐다. 일본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을 추도식에 보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민간 경제협력은 계속돼야 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인들의 역할과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정승환 재계·ESG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