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성과는 예상 밖이다. 당초 전북으로 개최지가 결정됐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지난해 전북에서 열린 잼버리대회가 파행된 데다 이 지역엔 컨벤션센터가 없다. 전북이 한상대회 같은 글로벌 행사를 치를 능력이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20년 넘는 한상대회의 힘이다. 2002년부터 다져진 한상대회의 뿌리는 세찬 비바람을 견뎌냈다.
20여 년간 전 세계 한상과 매일경제, 재외동포청이 함께 키워온 한상대회는 세계화상대회나 유대인에 버금가는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2002년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권병현 당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의기투합해 한상 네트워크 구축에 합의했다. 그해 7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제1차 한상대회 준비위원회가 열렸으며, 매일경제와 재외동포재단은 전 세계 한상들을 만나 대회 참여를 설득했다. 당시 여러 한상 관련 단체가 있었는데, 이들은 한상대회라는 큰 우산 아래 하나가 됐다. 2002년 10월 서울 롯데호텔에서 28개국, 968명으로 출발했던 한상대회는 올해 35개국, 3500명이 참가했을 정도로 성장했다. 장 회장 주도로 설립된 한상 리딩 CEO는 1회 대회부터 한상대회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2002년부터 매해 한상대회에 물적·인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재외동포청의 역할도 컸다. 재외동포청은 지난해 6월 출범했으며, 22차 대회는 동포청 설립 후 국내에서 열린 첫 대회였다. 특히 이번 대회에선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의 리더십이 돋보였다. 이 청장은 부임한 지 3개월밖에 안 됐지만 수차례 전북을 방문하며, 현장을 꼼꼼히 챙겼다. 그는 인도네시아·싱가포르 대사를 지내며 한상들과 네트워크를 쌓아 왔으며, 이번 대회에선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 등 실질적인 성과 창출에 집중했다. 또한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을 개막식에 초청하는 등 한상대회의 외연 확대에도 기여했다. 동포청 직원들도 밤잠을 아껴 가며 대회의 성공을 위해 힘썼다.
한상대회 원팀의 한 축인 전북특별자치도는 잼버리 오명을 씻어내고 대회 성공을 이끌어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대회장인 전북대에 지사 집무실을 마련하며 대회 기간 내내 한상들과 함께했다. 그는 매경 오찬과 개·폐회식을 비롯한 모든 행사에 참여했으며, 3일간 조·중·석식 자리에서 한상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상과 매일경제, 재외동포청, 전북도 원팀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단합된 힘과 한상대회의 레거시(유산)를 바탕으로 대회를 성공시켰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기에, 그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성하다."(용비어천가)
20년 넘게 뿌리를 내린 한상대회에 어울리는 문구다.
[정승환 재계·ESG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