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객관적이고 확실한 지표가 있다면 평가와 그에 따르는 보상을 정하기가 용이하긴 할 것이다. 무더운 여름밤을 더욱 뜨겁게 달궜던 지난 2024 파리올림픽의 이야기다. 양궁과 사격처럼 명확한 과녁이 있다면 누가 더 잘하는지 실력을 따지기는 한결 쉽다. 채 1㎝도 되지 않는 4.9㎜ 차이로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던 양궁 대표팀의 3관왕 김우진처럼 말이다. 구기나 투기 종목보다는 누가 더 좋은 성과를 올렸는지 상대적으로 편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측정 지표를 만드는 일 자체는 중요하다. 야구의 세이버메트릭스가 스포츠 통계의 대표적인 예시고, 그동안 정성적인 평가가 대세였던 농구와 축구 등 종목에서도 다양한 통계 측정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지표가 객관적이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평가가 잘 이뤄질 것이라는 태도는 지나친 낙관일 수 있다.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도 잘못된 운용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때로는 통계에 반하는 선택이 결과나 성과 측면에서 옳을 수도 있어서다.
안세영은 네트를 넘겨 상대의 라인 안쪽에 셔틀콕을 떨어트리는 것으로 점수를 얻는 명확한 종목 배드민턴에서 명실상부 세계 1등이 됐지만 기존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주목받은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시상대에서 내려오자마자 협회의 부조리한 운영 방식에 반기를 들며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분노"라는 그의 말이 안타까우면서도 씁쓸하게 들린 이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양궁과 사격 못지않게 좋은 성적을 거뒀던 펜싱의 경우 신예 도경동은 어떤가. 선발되는 과정에서 높은 지도자 배점을 받아 논란이 됐지만 단체전 결승전에서 8초 만에 홀로 5득점을 하며 기존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결국 지표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지표를 받아 보는 이들이 어떻게 운영하고 판단을 내리는지가 조직원들의 사기에, 조직 전체의 성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금메달이라는 대단한 성과를 통해 얻는 이익을 가지고 아마추어 저변 확대를 노릴지, 최상위 선수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지도 각 종목 협회가 내릴 선택의 대상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름의 원칙과 철학을 가지고 운영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일 것이다.
올림픽의 아버지인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은 "이기는 것보다 잘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지만 이제 각자의 헌신과 희생이 더욱 나은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믿음 없이는 대의에, 조직에 죽은 듯이 복무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찾아온 것 같다. 개인은 그저 열심히 주어진 과제에 집중한다고 했을 때, 각 조직은 이제 그를 평가할 방식을 어떻게 정교화할지 고민해 볼 시간이다.
[이용익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