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지연과 30억불 軍 계약 규모도 고려”
미국 정부가 인텔 보조금을 5억달러(약 7000억원) 이상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칩스법)에 따른 인텔 보조금을 85억달러(약 12조원)에서 80억달러(약 11조3000억원) 미만으로 줄일 계획이다. 최종 보조금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NYT는 “투자 지연과 경영상 어려움으로 보조금이 삭감됐다”며 “인텔이 미군용 반도체 생산을 위해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인텔에 대출 110억달러(약 15조4000억원)도 제공하겠다는 예비 합의를 맺었던 바 있다.
그러나 인텔의 미국 투자가 지연되면서 보조금이 깎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텔에 ‘최대 규모’ 보조금을 안겨줬으나 그만큼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NYT는 “인텔이 오하이오주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일부를 연기하려는 움직임에 따른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인텔은 내년까지 오하이오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겠다고 했지만 계획을 2020년대 말로 미뤘다. 인텔은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7% 적은 215억달러(약 30조1000억원)를 지출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생산시설 계획을 연기·철회하고 있다.
인텔이 대규모 군(軍) 계약을 따낸 것도 보조금 삭감 배경으로 꼽힌다. NYT는 “30억달러 규모 정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인데 보조금까지 합치면 인텔은 100억달러(약 14조원) 이상을 받게 된다”고 꼬집었다. 미국 정부가 인텔에만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반도체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인텔은 위기에 처하게 됐다. 반도체법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에 복귀하면 이중고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인텔 경쟁사인 TSMC, 글로벌파운드리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반도체 보조금을 받고자 속도전에 나섰던 바 있다.
이미 TSMC는 지난 15일에 66억달러(약 9조3000억원) 보조금을 받기로 확정됐다. TSMC는 트럼프 당선인 복귀가 확정되자마자 움직였다. 지난 6일 블룸버그통신은 “TSMC가 바이든 행정부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보조금 확보를 위해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