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안으로 굽는’ 국내 주식 투자자들에게 넘버원 투자처가 삼성전자라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넘버원 베팅은 테슬라다. 지난 24일 한국예탁결제원 기준 21조원 어치의 테슬라 주식이 보관돼 있다. 이는 해외주식 보관금액 기준 단연 1등이다. 그 유명한 엔비디아가 2등(약 18조원)으로 3조원 가량의 격차를 보인다. 3분기 실적 발표 직전 테슬라 주가는 지지부진했지만 서학개미는 이 미국주식을 더 담았다.
최근 1개월(9월26일~10월25일)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2조5000억원 가량 풀매수했다. 서학개미가 이 기간 이토록 많이 매수한 주식은 없다. 다만 이 기간 많은 ‘테슬람(테슬라 주식에 대한 애착이 강한 투자자)’ 이탈자가 발생했다. 최근 1개월 매도 금액도 2조원이 넘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실적 부진 전망으로 테슬라 주식을 판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1개월새 매도를 제외한 순매수 금액은 약 711억원이다.
남아 있는 테슬람들은 3분기 실적이 나오자 환호성을 올렸다. 주가는 실적발표 직후 하룻새 22%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구글과 메타가 배당을 주기 시작하며 급격한 성장세에 대한 부담을 드러낸 것과 달리 테슬라는 여전히 무배당 기조를 유지 중이다. 이는 주주환원이 나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성장에 올인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테슬람’은 이러한 테슬라의 무한 성장 기조에 베팅해 여전히 순매수 중인 것이다.
테슬라의 3분기 실적은 테슬라의 성장이 여전하다는 증거를 보여줬다.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72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월스트리트 예상치 평균(0.58달러)을 크게 웃돈 수치다. 순이익은 21억6700만달러(약 3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27억1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나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0.8%로 전년 동기 대비 3.2%포인트 높아졌다.
이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는 본업인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많이 늘면서 실적의 기본인 매출이 잘 나와서다. 3분기 글로벌 차량 판매량은 약 46만3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4% 늘었다. 특히 이중 10만 달러 수준의 상대적으로 값비싼 ‘사이버트럭’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매출총이익률이 완연한 반등세로 돌아선 것이 가장 희망적인 지표라고 입을 모았다.
매출총이익률(Profit Margin Ratio)은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특히 미국 주식에서 향후 실적과 주가 전망을 논할때 핵심적인 마진 숫자다. 이 수치는 총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차감한 후 남은 이익을 매출로 나눈 비율이다. 이 숫자가 높을수록 기업의 운영이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가격 결정에 나섰다고 본다. 테슬라의 가격 정책은 잘 나가는 일식집에서 ‘시가’로 표시하는 식이어서 매출총이익률이 더 중요하다.
테슬라는 전기차 인공지능(AI) 로봇 우주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지만 크게 전기차 서비스 사업과 에너지 사업 등 양대 사업으로 요약된다. 지난 3분기 기준 전기차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판매, 슈퍼차저 충전 사업 등을 포함한 자동차 사업은 매출의 90.6%를 차지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사업은 매출의 9.4%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다양한 미래 비전을 제시해도 결국엔 전기차가 핵심 사업이다.
이같은 테슬라의 자동차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월가 일각에서 실적 발표이후 테슬라 주가 급등이 과도하다고 보는 이유다. 다만 마진을 좌우하는 차량 매출원가(COGS)가 크게 떨어진 것이 주목할만하다. 3분기 테슬라의 COGS는 대당 최대 3만5100달러(약 4800만원) 수준으로 역대 최저다. 주력 사업에서 비용절감에 성공한 것이다.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이 올 들어 하락세인 것도 주요 원인이다.
신사업인 에너지 부문은 매출 증가와 함께 마진이 높아지면서 테슬라의 매출총이익률을 상승 추세로 돌려놨다.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테슬라는 미국내 3600가구에 1시간 동안 3.9㎿h 공급할 수 있는 ‘메가팩’을 한대당 약 28억원에 판매하고 있다. 메가팩 등 에너지 사업부 이번 3분기 매출은 23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1년전 보다 52%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전력 수요가 계속해서 늘고 있어 사업 전망도 밝다는 것이다.
글로벌 ESS 점유율 순위는 테슬라가 1등이고, 2등이 일본의 파나소닉이다. AI 시대에는 전력 공급이 핵심이므로, ESS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이번 3분기 실적은 테슬라가 단순히 자동차 업종 주식을 넘어서 AI 전력 관련주로 엮일 수 있는 자격을 증명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테슬람에게 테슬라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명분을 안겨준 셈이다. 특히 에너지 사업 마진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테슬라 에너지 사업부 매출총이익률은 2022년 3분기에 9.3%였다. 2023년 1분기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로 올라선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이번 3분기에 30.5%를 찍었다. 이같은 에너지 인프라 사업은 일단 어느정도 구축하고 나면 고마진이 유지된다. 상대적으로 많은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이 소요되는 자동차 사업의 이익률은 3분기 18.7%다. 2022년 3분기에 자동차 사업 마진은 26%였으니 아직 차 사업 마진은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 10일 공개한 로보택시에 대한 실망감으로 주가는 하룻새 8.8%나 급락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기술과 빅데이터가 핵심인 로보택시에 대해 머스크 CEO는 여전히 자신감을 내보이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테슬라가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위한 차량 호출 앱을 개발했고, 현재 샌프란시스코 광역권 일대에서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험 운행 중”이라고 밝혔다. 무인 택시 상용화가 눈 앞이라는 것이다.
테슬라 투자자들은 구글 웨이모의 성장 속도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 중 한곳이다. 최근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는 7조7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테슬람’을 긴장시켰다. 웨이모는 최근 진행한 56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펀딩(투자 유치)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종료했다. 이번 라운드는 구글 모회사와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탈 앤드리슨 호로비츠, 타이거 글로벌 등이 주도했다.
웨이모는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유일한 로보택시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피닉스에서 매주 10만건 이상의 운행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버와 제휴를 통해 텍사스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까진 날씨가 포근한 지역 위주로 진행해왔는데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한 만큼 추운 지역까지 영역을 넓히며 주행 관련 빅데이터에서 테슬라와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테슬라에 대한 또 다른 투자 리스크는 머스크 CEO의 정치적 행보다. 월가 일각에선 머스크 CEO의 유권자 경품 행사가 미국 법무부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한다. 최근 머스크 CEO는 이번 대선에서 최대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니아를 찾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100만 달러를 무작위로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연방 선거법 위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파격적 정치적 행보가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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