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닌 강북 골목안에 쇼룸 열어
국내 유통 총괄 디자이너 양재혁씨
“호텔·건축 관계자들 사랑방”기대
서울 중구 충무로 인쇄소 업장과 창고가 몰린 좁은 골목 안에 이탈리아 가구 쇼룸이 등장했다. 작은 푯말을 따라 육중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올라가니 알록달록 토끼 의자와 곰돌이 조명, 테이블 등이 가득하다.
이탈리아 국민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직접 만든 가구브랜드 ‘퀴부(QUEEBOO)’ 쇼룸이 청담동 등 강남이 아니라 강북 골목 안에 등장했다. 심지어 이 건물 1층은 진짜 인쇄 작업이 한창인 업장이었다.
이곳에 매장을 연 사람은 공학도 출신 디자이너로 유명한 양재혁(37)씨.
양씨는 이탈리아 유명 갤러리 로산나 올란디 소속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던 2016년 토끼 의자로 막 시작한 지오반노니와 그의 브랜드 ‘퀴부’를 만나게 된다. 그저 귀여운 토끼 의자를 사서 한국에 들여온 것이 결국 한국 유통 파트너로 8년 넘게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2년 전부터는 독점적으로 유통하면서 일부 디자인 50종 남짓 소개하다가 ‘퀴부’의 세계관을 완성할 제품군을 수백개 단위로 넓히기 위한 터전도 마련한 셈이다.
가드닝 관련 디자인 브랜드 ‘멘델릭’을 보유한 양 대표는 “디자인 사용자 저변을 넓히기 위해 디자이너가 직접 가구 브랜드와 온라인쇼핑몰을 만들고 디자인과 제조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탈리아 업계가 우리나라 제조업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며 “지오반노니의 스승 같은 거장 안드레아 브란지(1938~2023)와 당대 유명 디자이너들이 함께 브랜드를 성장시켜온 방식이 흥미롭고 부러웠다”고 설명했다.
퀴부는 전통적인 디자인의 틀을 벗어나서 창의적이고 유머러스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토끼나 강아지,고릴라, 사슴 등 친근하면서도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디자인을 통해서 단순한 가구나 소품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회전 성형 재활용 폴리에틸렌으로 이탈리아에서만 만들어 내구성이 뛰어나고 변색이 잘 안 돼 경쟁력이 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재활용이 용이한 플라스틱 소재인 셈이다.
애초 고가 예술작품처럼 한정판으로만 만들어졌던 영국 스타디자이너 론 아라드의 ‘마우스 암체어 컬렉션(DFTM)’이나 마르셀 반더스의 ‘메이벨’도 퀴부에 합류해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양 대표는 “이제 그동안 토끼 의자에 국한됐던 퀴부가 뛰어난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진 브랜드임을 알릴 수 있게 됐다”면서 “호텔이나 리조트, 야외 공간에 잘 어울리는, 상징적이면서도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을 인근 호텔이나 리조트 관계자나 건축설계사무소, 디자이너들에게 널리 알리기에는 충무로가 최적의 입지”라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매일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쇼룸을 열고 관련 업계 분들과 소통하는 사랑방처럼 만들고 싶다”며 “공간 디자인에 관여하는 분들과 함께 퀴부의 성장과 함께 한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마르칸토니오, 니카 주팡 등 대표 디자이너들과의 다양한 인연과 브랜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한국 디자이너와 퀴부가 함께 할 미래도 꿈꿔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