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하락을 비롯한 삼성전자 위기론이 제기되며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 중에는 현재 미등기임원인 이재용 삼성전자의 회장을 등기임원으로 해 ‘무한책임’을 부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은 전날 준감위의 ‘2023 연간보고서’를 발간하며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준감위 2기에 이어 3기에서도 위원장을 맡은 이 위원장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핵심과제로 내세워, 이 회장의 등기임원으로의 복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꾸준히 내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이 회장과 정현호 부회장이 미등기임원임을 지적하며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측은 “(이 회장과 정 부회장이) 미등기임원임에도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지만, 등기임원이 아니어서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영과 책임의 일치를 추구하는 ‘선진국형 전문경영인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은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임원이다.
반면, 2014년 모든 계열사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년만인 2016년 SK(주)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 역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려둔 상태다.
삼성 오너일가 중 등기임원은 이 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다.
미등기임원은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되지 않아 법인등기부등본에 등재되지 않은 임원을 뜻한다.
기업의 법적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지만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어 최근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뒤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사법 리스크 부담 등으로 현재까지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는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찍으며 주주들 사이 무한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거센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5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6만1000원으로 지난 6월28일 8만1500원에서 약 석 달 반 만에 25% 넘게 떨어졌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 “물론 기업 오너 중 미등기임원이라고 해 책임 경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때보다 (삼성전자) 위기론이 커지면서 시장에 확실한 책임 경영 시그널을 보여줄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