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스위치에 센서 연결
작동 여부 실시간 확인 가능
기존 페달 블랙박스보다 정확
시간·장소 등 운행정보도 저장
장착때 차보험료 할인 협의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는지를 가장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판단해 주는 장치입니다.”
최근 고령 운전자의 자동차 급발진 의심 교통사고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국내 한 중소기업이 급발진 여부를 정확히 판단해 줄 수 있는 자동차 부착형 디지털 장치를 개발해 주목된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신고된 급발진 의심 사고는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236건에 달하지만 급발진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단 1건도 없다. 급발진 입증 책임이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운전자에게 있다보니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2일 자동차 센서 전문 스타트업 자이로드(XiROAD)는 주행속도와 RPM 같은 자동차 주행정보와 GPS 센서 데이터, 브레이크 신호 등을 주행 내내 초단위로 저장하는 장치인 ‘팩트박스’를 개발해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기존 차량 주행 데이터 기록장치 중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페달 블랙박스 제품은 적외선 카메라로 운전석 하부를 촬영하는 아날로그 방식인데, 충격에 의한 화면 흔들림과 부족한 광량으로 인한 흐릿한 화면 탓에 운전자가 진짜로 브레이크를 밟았는지를 정확하게 입증하기 힘들었다.
다른 차량 주행 데이터 기록장치와 다른 팩트박스만의 가장 큰 특징은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작동시켰는지 여부를 확실하게 알려준다는 점이다. 운전자가 차량의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적으로 브레이크 페달과 연결된 스위치가 눌리면서 브레이크 등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팩트박스는 브레이크 등에 전원을 공급하는 스위치에 전압 측정 센서를 부착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고 뗀 정보를 기록한다. 급발진 의심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 정보를 확인하면 운전자가 실제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데이터가 아닌 물리적인 스위치 온오프 상태를 측정하는 것이라 논쟁의 여지가 없다.
김서현 자이로드 대표는 “팩트박스는 급발진 사고 시 증거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디지털 운행 기록장치(DTG) 인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브레이크 조작 여부까지 확인해 주는 DTG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브레이크 스위치에 센서를 장착해 측정하는 기술에 대해 특허를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팩트박스는 브레이크 작동 여부 외에 주행 중 가속과 감속, 차선 변경을 비롯한 대부분의 차량 운행 정보를 실시간 저장한다. 고품질 메모리 카드가 장착돼 있어 하루 4시간 매일 운전할 경우 40년간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또 데이터는 암호화된 상태로 저장되기 때문에 조작하거나 지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김 대표는 “DTG 인증을 바탕으로 택시, 버스 같은 대중교통 회사에 납품할 예정”이라며 “일반 차량은 팩트박스 장착 시 보험사 특약할인이 가능하도록 제휴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팩트박스 주행 기록 분석을 통해 운전자 과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블랙박스 장착 시 보험료 특약할인이 되는 것처럼 팩트박스를 장착하면 특약할인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렌터카 회사와 운수회사와의 제휴도 추진 중이다. 실제 팩트박스로 차량 운행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차량 운행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차량 관리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회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급발진이 의심되는 애매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실 관계를 명백히 증명할 수 있는 초 단위로 기록된 디지털 데이터를 제공하는 목격자가 돼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이로드는 모바일 기반 시설물 관리 솔루션 전문 기업 지넥스(XINEX)를 운영하는 김양열 대표가 팩트박스 개발을 위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인공지능(AI) 전공 석박사 통합과정에 재학 중인 김서현 대표는 김양열 대표의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