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압승…그 많던 친윤은 어디로 [신율의 정치 읽기]

  • 입력 : 2024.07.26 15:39:53
  • 최종수정 : 2024.07.26 16:05:05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지난 7월 2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지난 7월 2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났다. 한동훈 후보가 62.84%라는 높은 지지율로 신임 당대표에 선출됐다.

놀라운 점은 당원투표에서 62.6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전체 당원 투표자 수 40만 8272명 가운데 25만5930표를 가져갔다. 한 대표는 여론조사에서도 63.46%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친윤을 기치로 내건 원희룡 후보는 당원투표에서 8만2449표를 얻어 전체 투표 당원의 19.04%를, 여론조사에서는 13.35%의 지지를 기록해 전체 2위를 했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전체 3위 나경원 후보에게 밀렸다. 나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원 후보보다 많은 18.05%의 지지를 받았지만, 당원투표에서 밀려 3위를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정권 초반에 비해 당내 친윤 세력이 많이 위축됐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보수층 여론마저 ‘친윤’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한동훈 후보의 당원투표 득표율과 여론조사 결과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당내 친윤 세력이 위축됐다는 것은, 친윤 세력을 업고 나온 원희룡 후보가 당원투표에서 19.04%밖에 득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친윤이 당내 다수 세력이었다면, 당원투표에서 원 후보가 19.04%의 득표에 그치지 않았을 테다. 반대로, 비윤 혹은 반윤 성격이 강한 한동훈 신임 대표는 62% 넘는 투표 당원의 지지를 받았다.

둘째, 중도와 보수층 여론이 친윤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은 원희룡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3.35%밖에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중도와 보수층 여론이 친윤에 호의적이었다면, 여론조사에서 원 후보가 3위를 기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동훈 대표의 당원투표 득표율과 여론조사 지지율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당심이 민심을 쫓아간 결과다. 왜일까? 지난 2021년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됐을 당시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국민의힘 당원들은 정권 교체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었다. 위기감에서 파생되는 절박함이 당심과 민심의 일체를 도출해 ‘최연소 당대표’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지금도 당심이 민심을 쫓아가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그렇다면 국민의힘 당원 다수는 상당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위기감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현재 당원들은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기에 위기감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당내 친윤 세력이 과거에 비해 소수로 전락했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결론적으로, 적지 않은 수의 당원이 현재 정권의 성공을 통해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으면 가장 좋지만, 이게 어려워 보인다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정권 재창출만을 중심으로 투표를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반 보수층과 당원들은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됐을까.

일각에서는 무조건 당정 관계가 원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정권은 유한하고 당의 수명은 그보다는 훨씬 길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당정 관계가 꼭 원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옳다고만 할 수 없다. 당의 수명을 좌우하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정권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 못지않게 여론에 대한 민감성과 반응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 윤석열 정권의 여론에 대한 민감도와 반응성은 높은 편일까?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만 놓고 봐도 그렇다. 현직 대통령의 영부인에 대한 검찰 직접 조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다. 정권이 이런 ‘최초의 사건’을 용납한 이유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그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김 여사 대면 조사가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는 현실이다. 조사 장소도 논란이거니와, 검찰총장 ‘패싱’ 문제는 현 정권의 김 여사 관련 의혹 해소 노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한마디로, 혹 떼려다가 혹을 붙인 꼴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현 집권층이 국민 눈높이에 제대로 호응하지 못한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국민 눈높이로 해당 사안과 관련된 국민적 의구심을 해결하려 했다면, 이런 ‘또 다른’ 논란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정권이 여론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이는 현 정권의 여론 민감도와 반응성이 현저히 낮음을 의미한다. 윤석열정부는 앞으로도 여러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이때 무조건 당정 화합을 외쳤다가 정권 위기가 당에 그대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당심과 여론이 한동훈 후보를 신임 당대표로 만든 것도, 당정 화합을 무조건 외치며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서는 곤란하다는 당원과 보수층이 가진 사고(思考)의 표현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사고(思考)가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는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의 현재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99.9%의 득표로 조국 대표가 연임에 성공했다. 민주당은 전국 순회 경선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90% 이상 득표율을 연이어 기록하고 있다. 이 정도 득표율은 당 내부 선거든, 전국 단위 선거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수치다. 다양성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근간임에도, 당내에서 다양성이 사라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정당들이 민주주의를 외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지금의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 같은 ‘철저한 1인 정당’은, 핵심 인물이 흔들릴 경우 그 위기가 곧바로 당에 전이된다. 핵심 인물의 정치적 운명이 당의 수명을 결정하는 셈이다. 이런 야당의 모습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당정 화합이라는 이름으로 ‘정권 중심 여당’을 만들면,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과 다를 바 없는 정당이 돼버린다는 사실이다. 한동훈 대표는 여기에 주의하며 당을 운영해야 한다. 즉, 여론을 최우선시하고, 이후 여당 역할을 생각하는 ‘합리적 여당’ ‘여론 친화적 여당’이 돼야 한다.

한동훈 대표는 취임 직후 ‘국민 눈높이’를 유난히 강조했다. 현 정권의 위기가 국민과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비롯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테다. 한 대표가 이런 위기를 극복하려면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두려워해서 안 된다. 갈등이 발생하면 당내 일부 세력은 당대표 흔들기에 나설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 의도대로 당대표를 흔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현재의 친윤 그룹 힘이 막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 재창출이 정당 목표라면, 최소한 당면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계파에 묻혀 현실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0호 (2024.07.31~2024.08.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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